본문 바로가기
일상 에세이

벚꽃이 흩날리던 대구-밀양 여행

by 궁금증환자 2025. 4. 21.
반응형

2025년 4월 4일 금요일. 대한민국에 중요한 일이 벌어졌던 그날에 저희 가족은 둘째의 생일을 맞아 대구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둘째가 태어난 곳이 대구라서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여기가 네 고향이야. 엄마가 여기서 너를 낳았단다’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와이프의 바람 때문이었지요. 오후 반차를 내고 부산에서 차를 몰아 일찍 출발한 날, 세상은 온통 벚꽃 천지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찰나 같았던 꽃놀이가 다 끝나버렸지만 그때는 참 멋있었지요.

대구는 생각보다 부산과 거리가 좀 있어서 여행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곳이었습니다. 업무적으로도 가지 않는 곳이라 거의 알지 못하는 지역이지요. 그래서 대구출신 후배에게 어디를 가야 하는지 물었더니 일단 ‘83 타워’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벚꽃이 예쁘고 전망대에서 대구 전경을 볼 수도 있으며 옆에 커다란 놀이공원도 있다더군요. 우리는 잠깐 구경만 할 거라 놀이공원은 의미가 없었지만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로 하고 83 타워로 갔습니다. 과연. 지역의 명소답게 입구부터 화려한 벚꽃이 양쪽으로 줄을 지어 있었고, 평일인데도 벚꽃을 사진에 담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대구 83타워 주변에서 벚꽃놀이

 
저희도 타워 주변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빨간 이층 버스가 메인 스팟이었지만 어느 방향으로 바라보아도 멋있는 풍경이었습니다. 푸드트럭도 좀 있어서 달콤한 간식들이 유혹을 하는,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꽤 있었던 좋은 장소였습니다. 사람들이 좀 있었지만 그래도 평일이라 조금만 여유롭게 움직이면 느긋하게 좋은 배경으로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었지요. 그렇게 아이들을 적당히 굴리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숙소는 차로 한 시간이 안 걸리는 칠곡에 위치한 풀빌라였습니다.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평일이라 넓은 숙소와 온수풀을 마음껏 사용하는데도 30만 원이 넘지 않는 곳이었지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먹을 때까지 아이 둘과 온수풀에서 맘껏 놀았습니다. 아직 수영을 못하는 첫째는 물속에서 나름 방방 뛰며 재밌게 놀았습니다. 올해는 꼭 수영을 가르치고 싶네요. 둘째는 반은 튜브를 타고 반은 저에게 안겨서 신나게 놀았지요. 덕분에 저는 금세 떡실신. 하지만 틈틈이 둘째가 탄 튜브를 밀어주는 자상한 오빠 덕에 꽤 오랜 시간을 무리 없이 물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수영을 마치고 나와 깨끗이 씻고, 실내 인덕션이 있는 주방에서 저녁을 먹고 케이크를 자르며 둘째의 생일을 축하했습니다.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는 동선에 맞는 곳을 찾다가 밀양읍성을 갔습니다. 조선시대에 지어졌다고 하는 이 성곽은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는 데다 주변에 꽃들도 많아 꽤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지였습니다. 적당한 높이의 돌계단을 걸으며 밀양읍성을 상쾌하게 산책을 하고 내친김에 밀양아리랑시장까지 갔습니다. (유모차로는 갈 수 없으니 참고하세요) 밀양아리랑시장은 지방 어디에나 있을 법한 적당한 규모의 시장인데요. 우연히 찾은 돈가스 가게가 너무 맛이 좋아 담에 꼭 포스팅을 해야지라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돈가스를 좋아하는 와이프도 본인 평생에 손에 꼽을 만큼 맛있었다고 했답니다. 

밀양읍성은 나름 괜찮은 관광지였음

 
점심까지 맛있게 먹고 둘째가 낮잠을 잘 시간에 맞춰 벚꽃길을 걸어 차에 탄 후 집에 돌아왔습니다.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부디 우리 둘째가 잘 컸을 때, 네 생일에 고향인 대구로 온 가족이 여행을 갔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