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무더위에 지쳐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거래처 사장님과 점심 메뉴를 고민하던 중에 힘이 나는 점심을 먹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잠시 생각하시던 사장님이 절 데려간 곳은 귀금속 가게들이 모여있는 부산중앙시장 한 골목이었습니다. 다양한 식당들도 띄엄띄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그 골목에서도 유독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가게가 있었으니 바로 <달인 추어탕>이었습니다. 추어탕이야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이름이 좀 많이 촌스러운 평범한 가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대기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도 사장님은 여기가 맛집이라며 다른 가게는 생각도 안 하시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셨지요. 밖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도 무슨 시장에 있는 가게에 이렇게 줄이 서있나 신기한 쳐다보곤 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드디어 추어탕을 먹었는데 한 입 먹자마자 바로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맛이 기가 막혔으니까요. 정신없이 식사를 한 그날 저녁에 질펀한 술자리가 있었고, 해장이 필요했던 다음 날 저는 다시 무언가에 끌리듯 <달인 추어탕>을 다시 찾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 달인추어탕
⊙ 영업시간 : ?? (아침식사는 가능)
⊙ 대표메뉴 : 추어탕
⊙ 주소 : 부산 부산진구 골드테마길 36
⊙ 전화번호 : 051-633-2155
⊙ 예약 : 가능(하다고 함)
시장에 있는 평범한 밥집 같은 외관을 하고 있는 이곳. 하지만 그 맛을 알기에 저는 가슴이 두근댑니다. 점심때는 사람이 붐빌 테니 조금 일찍 갔습니다. 다행히 자리가 아직 덜 차서 자리에 바로 앉을 수 있었죠.
전 어제 먹었던 추어탕을 주문했습니다. 9천 원이란 가격이 참 부담이 없네요. 가마솥밥이 기본으로 다 추가되어 있는데도 이런 가격이라니요. 가끔 들러서 다른 메뉴들도 하나씩 맛봐야겠어요. 원래 기본 메뉴 잘하는 집이 다른 메뉴들도 맛있는 법이니까요.
드디어 추어탕 한 상이 나왔습니다. 적당한 양의 다양한 밑반찬들과 솥밥. 숭늉물. 그리고 추어탕입니다. 제가 잘 아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부산에서 먹은 추어탕은 저희 어머님이 해주시던 걸쭉한 추어탕과는 조금 다릅니다. 국물이 조금 맑고 우거지가 많이 들어간 뭐랄까 '추어탕국'에 가깝다는 느낌이죠. 그래서 더 가볍고 간결하고 먹기 편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우선 가마솥밥뚜껑을 열고 밥을 퍼서 공기에 담습니다. 같이 주신 숭늉물을 부어 구석에다 옮겨놓습니다. 솥밥은 밥도 맛있지만 이 눌은밥이 진짜죠. 그래서 전 일부러 밥을 조금 덜 퍼서 나중에 눌은밥 양을 많게 합니다. 이 날도 진짜 맛있었어요.
방아잎도 같이 주시는데 전 좋아하는 편이라 몽땅 추어탕에 떼려 넣습니다. 방아잎은 서울에 있을 때는 몰랐던 건데 부산/경남 쪽에서는 엄청 많은 음식에 들어가더라고요. 몇 번 먹다 보니 입에 잘 맞아서 그다음부터는 주시는 대로 그냥 다 먹습니다. 독특한 향신료의 느낌도 나지만 살짝 입맛을 쌉쌀하게 해주는 고 느낌이 좋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마늘과 청양고추도 듬뿍 넣습니다. 처음 데려오신 사장님이 마늘을 두 스푼 정도 가득 떠서 넣으시길래 따라서 해봤는데요. 마늘이 좋은 건지 시원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감칠맛이 나더라고요. 청양고추도 그렇게 매운 녀석이 아니어서 넉넉히 넣어도 맵지리인 저도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사진을 찍고는 미친 듯이 먹어서 그다음 사진은 없네요. 이틀 연속 먹은 제 감상은 '여기라면 매일도 먹을 수 있다'였습니다. 정말이지 부담은 하나도 안 가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부산의 추어탕 맛이 일품이었죠. 마지막 눌은밥까지 먹자 머리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어제의 숙취를 거의 날려버렸습니다.
며칠 뒤에 또 갔는데 점심시간이 좀 지났는데도(한 오후 2시쯤?) 대기가 있었어요. 그리고 바쁠 때는 사장님이 혼자 오는 손님은 안 받으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기다리실게 아니거나 혼자라면 점심시간은 피해서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얼마나 맛집인가 해서 블로그들을 찾아봤는데 예약이 된다는 내용이 있었으니 한 번 시도해 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