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앨리스>는 뇌과학, 정신건강, 심리학 등과 관련된 책을 읽을 때 자주 언급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언제 가는 꼭 보리라 하고 따로 메모를 해두었었죠. 그리고 며칠 전 시간이 좀 생겨 드디어 이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보았습니다. 저는 넷플릭스 영화는 왠지 한 번에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작품은 중간에 화장실 한 번 다녀오고 끝까지 다 봤습니다. 작품 자체도 매력적이었고 많은 좋은 배우들도 등장했는데요. 특히 치매에 걸린 주인공을 연기한 줄리안 무어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치매에 걸린 주인공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스틸 앨리스>를 소개합니다.
- 감독 : 리처드 글랫저, 위시 웨스트모어랜드
- 출연 : 줄리안 무어, 알레 볼드원, 크리스틴 스튜어트, 케이트 보스워스
- 장르 : 드라마
- 러닝타임 : 101분
- 개봉 : 2015.04.29
- 시상 : 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 7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여우주연상-드라마) / 27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여우주연상)\
똑똑하고 행복했던 세 아이의 엄마이자 언어학 교수였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알츠하이머에 걸립니다. 벼락같은 일이었죠. 보통사람이라면 일상이 완전히 무너져 내릴법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현명한 부부는 병을 꼼꼼히 확인하고 결국 그 사실을 차분하게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아무리 부정한다고 상황을 변화시킬 수도 없고, 모험적인 치료를 시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절망하며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인정한 것이지요.
그리고 이제 그녀와 가족들은 달라지는 현실에 적응해 나갑니다. 그녀는 우선 교수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요. 완전히 병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녀는 병의 진행을 늦추고 가족들에게 덜 피해가 가는 방향으로 자신을 이끌어갑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다른 가족들에게도 진행되고 있는 각자의 삶이 있었죠. 남편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전문직이었고, 큰 딸은 출산을 그리고 막내딸은 연극배우에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강인한 그녀 역시 변화의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반목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뭐 치매 걸린 사람에 대한 이야기 한 두 번 본 것도 아닌데 하고 가볍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요. 이 작품은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중간중간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등장하며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갖게 하더군요. 설마 설마 하면서 마음을 졸이며 끝까지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슴속에서 저도 모르게 기대했던 드라마틱한 반전은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게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감동을 자아내기 위해 억지로 반전을 시도했다면 잔잔한 감동은 물론, 좋은 평을 얻어내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눈물 질질 짜는 산파극이 아닌 치매로 인해 변해가는 그녀와 가족들의 모습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걸 발견하기 전 주인공의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한 여성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답고 똑똑하며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커리어 여성이지요. 거기에 자상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들도 훌륭하게 케어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녀가 병을 인지하자 삶은 순식간에 바뀝니다. 허약한 병에 걸린 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 작은 것에도 최선을 다하며 끝까지 강한 엄마로 남으려 노력합니다.
<스틸 앨리스>하면 줄리안 무어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배우로 유명했던 그녀에게 드디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죠. 줄리안 무어는 이 작품에서 변화무쌍한 주인공의 모습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 냅니다. 잘 만들어진 작품 속에서 마음껏 나래를 펼치는 그녀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자칫 절망하고 포기할 수 도 있는 상황을 굳건하게 버텨내는 주인공과 가족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헌신적인 남편, 끝까지 엄마를 포기하지 않고 지지하는 자식들의 모습이 한 가족의 가장이기도 한 제가 보기에 무척 부러웠습니다. 만약에 제가 알츠하어머에 걸리면 어떨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아니 제 아내가, 우리 엄마가 치매에 걸린다면 우리도 앨리스처럼, 그 가족들처럼 단단히 버텨낼 수 있을까요. 아마 쉬운일을 아니겠지요. 부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도 괜찮았습니다. 너무 예쁜 외모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무심한 듯하면서도 엄마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딸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함까지 갖고 있는 용기 있는 캐릭터에 호감이 갔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하면 좋겠네요. 자주 보고 싶으니까요. ^^
기억에 남을 좋은 영화 한 편을 또 기억에 남깁니다. 언젠가 힘들거나 가족의 따듯함이 그리워지게 되면 다시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이순간을 살라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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