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명작 <김복동> 송원근 감독님의 기대작
우연히 알게 되어 관심을 갖게 된 영화 <판문점>의 시사회가 부산 롯데시네마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시간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뉴스타파 PD이기도 한 송원근 감독님의 신작 다큐 영화인데요. 감독님의 전작이었던 <김복동>을 무척 인상 깊게 봤었기에 차기작을 기다려 왔었지요. 감독님은 이번 작품에서도 주제에 대해 점진적으로 접근해 나가는 차분한 연출을 보여주셨는데요. 제가 이런 류의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감독님의 연출이 참 제 스타일이네요.
☆ 판문점 (PAN MUN JOM : The front line of ideology)
- 감독 : 송원근
- 출연 : 박해일(나레이션)
- 장르 : 다큐멘터리
- 러닝타임 : 82분
- 개봉일 : 2024. 6. 19
- 관람연령 : 12세 이상 관람가
극장에서도 비상업적 영화를 가끔 봐왔지만 시사회는 처음이었는데요. 사실 일반영화 시사회보다는 조금 여유롭게 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팝콘이라도 하나 사갈까 하고 어슬렁거리다가 영화시작 10분 전에 들어가 보니 대부분의 객석이 꽉 차였더라고요. 다행히 앞자리에 그나마 앉을 수 있었는데, 늦게 오신 분들은 자리를 못 찾아서 헤매실 정도로 시사회는 성황리에 진행이 되었습니다. 요즘 사회 분위기 때문일까요. 사람들의 관심이 꽤 높은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희귀 영상이 가득한 흥미만점의 다큐멘터리
영화 <판문점>은 최근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는 현실을 짧게 보여준 후 한국전쟁의 시작으로 이야기를 되돌립니다. 전쟁의 진행상황이 간략히 정리된 후 영화의 메인테마라고 할 수 있는 휴전협정으로 넘어가는데요. 저는 휴전협정이 그렇게 길고 어려운 과정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휴전회담은 처음에는 개성에서 진행되었는데요. 강력한 미군이라고 적지에서 진행되는 회의가 편치는 않았는지 회담은 결국 좌초됩니다.
이후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다시 회담장소로 정해진 곳이 바로 '판문점'입니다. 오래되고 조용한 마을인 '판문점'에 커다란 군용 텐트가 설치되고 회담이 재개되지요. 그리고 결국 한국전쟁에 대한 휴전협정이 체결됩니다. 이 영화에는 오래된 희귀 영상들이 많은데요. 전쟁의 모습은 물론 휴전회담 과정과 포로수용소의 분쟁 같은 당시의 영상들을 보고 있자니 영화의 이야기에 더욱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체 저런 영상은 다 어디서 구하는 건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와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도 많이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쉬웠습니다. 물론 귀에 쏙쏙 박히는 박해일 배우님의 내레이션도 한몫을 했지만요. 하지만 다큐 영화가 익숙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극의 진행이 너무 느리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너무 빠른 진행과 결말을 요구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전 균형감을 잃지 않기 위해 일부러 가끔 이런 영화를 찾아보기도 합니다만.
♣ 굴곡 많은 판문점 역사의 기록
판문점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된 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난 후였던 것 같습니다. 남과 북의 군인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참 좋은 인상으로 남은 영화였지요. 그런데 실제로 휴전 초기에는 판문점에서 남북 병사들이 많이 어울렸더라고요. 군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하는 상대 진영의 군인을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더라고요. 하지만 이후 북한군이 저지른 도끼살인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각자의 구역을 정하는 구분선이 명확히 그어졌고 이제는 서로 적대시하는 모습만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판문점에서 주요 회의가 열리는 건물에는 <T-2>라는 명판이 걸려있는데요 T는 '임시'를 뜻하는 Temporary를 뜻합니다. 처음 판문점이 생겼을 때는 이렇게 분단이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라는 걸 그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임시로 지어진 장소가 분단 후 70여 년 동안 여전히 그 상태로 있다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 결국 문제 해결의 시작은 대화의 재개
영화는 이후 판문점에서 진행되었던 역사적인 사건들이 보여주며 마무리를 합니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정주영 회장과 소떼의 방북. 그리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까지. 판문점이 그동안 남북의 대화창구로써 많은 역할을 해왔음을 느낄 수 있었죠. 이 영화를 통해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판문점이 사람들이 살았던 오래된 동네였다는 것. 휴전까지 이르는 과정이 무척 길고 고통스러웠다는 것. 판문점 안에서도 다수의 사건들이 발생했으며, 심지어 사상자들도 꽤 나왔다는 것 등입니다. 그리고 판문점을 통해 분단 이후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졌고, 결실을 맺어가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현재 서로 강경대응만 하고 있는 남북의 모습을 보면 도대체가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데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판문점'이 있습니다. 지금은 잠시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판문점이 꽁꽁 얼어버린 우리 민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따듯한 장소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님과 대표님을 모시고 간담회(?)가 진행되는 것 같았습니다만 저는 다음 약속이 있어 자리를 떠야만 했지요.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다음에 또 기회가 오겠지요. 그게 좀 아쉬웠네요. 하지만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다큐영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 번 시간을 내서 볼 만한 좋은 영화 <판문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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