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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가재가 노래하는 곳_델리아 오언스

by 궁금증환자 2026.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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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요즘 푹 빠져 있는 책이 있다며 꼭 읽어보라고 권해준 작품이 있었습니다. 책과 그다지 친하지 않은 녀석이라 의외였죠. 제목이 너무 독특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손에 들어본 적은 없던 책이었는데, 궁금증이 증폭되어서 밀려 있던 다른 책들을 제쳐두고 바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바로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입니다. 생뚱맞은 제목과는 다르게 늪지대에서 홀로 자란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사이의 관계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진짜 사랑과 신뢰란 무엇인지를 조용히 되묻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슴 두근거리게 스릴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 그 친구가 그렇게 추천했는지 이해가 되었고, 다음에 만났을 때 너무 재밌었다는 후기를 전할 수 있었죠. 

 

늪을 사랑한 과학자, 소설가가 되다

작가인 델리아 오언스는 원래 소설가가 아닌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생태학자였는데요. 아프리카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을 관찰하며 쓴 책들도 있었다고 하니 단순한 학자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카야'도 본인이 습득한 자연에 관한 지식들을 아름다운 책으로 집필하게 되는데요. 작가의 실제 경험이 오롯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 아프리카의 광활한 자연 속에서 동물들을 관찰해 온 그녀의 따듯한 시선으로 이번에는 인간을 묘사하는 소설을 쓴 것이지요.

 

정말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그녀가 일흔 가까운 나이에 '처음' 써낸 소설이라는 사실입니다. 오랜 세월 농축되고 압축된 이야기여서 일까요. 평생을 자연 곁에서 관찰자로 살아온 사람만이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연에 대한 섬세한 묘사, 그리고 인간도 결국 자연의 일부라는 통찰이 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학자 출신 작가답게 습지의 생태, 새와 곤충의 습성 하나하나가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는데요. 단순한 설명이 아닌 주인공의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장치로 쓰이고 있습니다.

 

늪지의 딸, 혼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다

이야기의 주인공 카야는 어릴 때부터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로 노스캐롤라이나의 늪지대에서 홀로 살아갑니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늪지 소녀’라며 미개인 취급에 손가락질을 받지만, 카야는 늪이라는 세계 안에서 꿋꿋하게 스스로의 삶을 배워나갑니다. 새와 조개껍데기, 물의 흐름을 관찰하며 자연을 친구이자 스승으로 두고 살아가는 것이지요.

 

소설은 두 개의 시간대를 오가며 진행됩니다. 하나는 소외된 소녀가 성장해 가는 '과거'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전도유망한 마을 청년의 죽음을 둘러싼 살인 사건 수사라는 '현재'의 이야기입니다. 이 두 이야기가 서서히 교차하면서 그녀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함께 추적하게 됩니다. 꽤 흥미롭게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잠을 설치며 읽을 정도였습니다. 

 

어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 소설을 '고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밝혔다고 하는데요. 그 주제가 카야라는 인물을 통해 아주 설득력 있게 구현됩니다. 사람은 상처받으면 바로 마음의 문을 닫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신뢰하고 다시 연결되고 싶어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카야도 상처와 고립, 그리고 치유 다시 상처라는 쓰라린 성장통을 겪으며 어른이 되어가지요. 

 

소설 속에서 카야의 엄마는 어린 카야에게 늘 습지 깊은 곳까지 탐험해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인적이 닿지 않는 저 안쪽, 야생의 생명들이 아무 방해 없이 온전히 제 모습대로 살아가는 곳까지 보라는 것이었지요. 작품에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저는 바로 그 장소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인간의 시선과 잣대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 카야가 사회의 편견 속에서 스스로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공간 말이지요. 

 

 

거듭되는 반전에 가슴은 요동치고

 

이 소설은 ‘한 사람이 성장하며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내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는데요.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야기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이었습니다. 단순히 악인이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구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반전을 가능케 한 카야라는 인물의 용기와 실행력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신을 버리고 학대했던 아버지와 떠나간 가족들을 홀로 기다리며 살아가는 동안, 카야는 무너지지 않고 조용히 자신만의 능력을 키워나갑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지켜내는 길을 찾아냅니다. 이는 단순히 상처받은 사람이 세상에 복수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고립 속에서도 인간이 자기 자신을 지키는 힘을 어떻게 길러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더욱 뭉클했습니다. 사회가 소외시킨 존재도 결국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는 메시지가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늪의 안개처럼 자연스레 스며드는 문장들

작가의 문장들도 매우 매력적입니다. 생태학자 출신답게 자연 묘사가 매우 구체적이고 감각적인데, 어렵거나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고 한 폭의 그림처럼 부드럽게 읽힙니다. 전문적인 생물학 용어도 가끔 등장하는데, 이야기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되기 때문에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두 개의 시간대를 오가는 구성 때문에 처음에는 살짝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각 장이 짧고 리듬감 있게 전개되어 금방 익숙해질 겁니다. 미스터리적 긴장감과 서정적인 자연 묘사가 번갈아 나오면서 지루할 틈 없이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도 이 책의 매우 유니크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잔잔하면서도 몰입감 있는 성장 소설을 찾는 분
  • 자연 묘사가 아름다운 작품을 좋아하는 분
  • 미스터리와 감성적인 이야기를 동시에 즐기고 싶은 분

늪 속에서 홀로 성장한 한 소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각자의 마음속 늪지대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도 결국 성장해 갈 것입니다.《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마음에 남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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