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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천 개의 파랑_천선란

by 궁금증환자 2026.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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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회사 동료들에게 책을 추천해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조금은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어떤 책이 어울릴지를 고민하는 건 꽤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그중 몇 년 동안 정말 책을 한 글자도 읽지 않았다는, 한 살 많은 누님께 추천한 책이 오늘 소개할 [천 개의 파랑]이었습니다. 몇 년 동안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멈출 수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펼쳐지기 때문이지요. 누님도 출퇴근길에도 챙겨서 읽을만큼 재미있었노라고 해주셨습니다. 

 

이 작품은 SF소설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누님은 저에게 "이게 왜 SF소설이야"라고 의아해하며 되물었죠. 그 정도로 SF소설이면서도 복잡한 과학지식 하나 없이 그냥 쉽게 읽히는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천선란 작가님은 '한국과학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SF전문 작가입니다. 하지만  다른 SF 작품들이 기발한 설정과 현실에는 없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신비로움으로 승부를 한다면, 작가님은 그러한 기술 발전 속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은 존재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위로를 건네는 감성적인 세계를 펼친다는 것이 큰 차별점입니다.

 

스스로를 파괴한 로봇과 안락사를 기다리는 경주마

이 소설의 주인공은 경주마를 타는 기수, 휴머노이드 로봇 '콜리'입니다. 경마 기수라는 사용목적에 맞춰 가볍고 심플하게 제작된 콜리는 우연히 인간과 같은 '인지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다른 로봇들과는 다르게 사물을 바라보고 무언가를 느끼기까지 하는 콜리는, 자신을 태우고 달리는 말의 고통에 공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그 고통을 줄여주고자 스스로 말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부서지게 됩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고장까지 난 휴머노이드 로봇 '콜리'는 결국 폐기가 결정되고 그대로 방치됩니다. 

 

콜리와 함께 달렸던 경주마의 이름은 '투데이'입니다. 과거 어떤 말보다도 빠르게 달리며 수많은 대회를 석권했지만, 그로인해 투데이의 관절은 완전히 망가져버렸지요. 이제 달린다는 것은 '투데이'에게 그저 고통일 뿐입니다. 오직 속도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쓸모를 다해버린 투데이는 다른 은퇴 경주마들이 그러하듯, 안락사에 처할 운명에 놓입니다. 

 

그렇게 방치되어 있던 콜리를 경마장 근처에 살던 두 자매,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가진 '은혜'와 로봇에 관심이 많은 '연재'가 우연히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콜리'를 고치게 되지요. 그 과정에서 모두가 경주마 '투데이'의 가슴 아픈 현실을 알게 되고, '투데이'를 안락사의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아름다운 마지막 경기를 준비합니다.

 

이것은 로봇이 나오는 'SF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읽은  누님이  "이게 왜 SF 소설이야?"라고 물었을 때,  "글쎄요. 로봇이 나오잖아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제 생각도 같았기 때문이죠. 그만큼 이 소설에서는 안드로이드 로봇 '콜리'가 우리와는 다른 이질적인 '기계'가 아니라, 동질감을 느끼는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되기 때문이지요.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이 소설은 진한 감동과 함께 명확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와 효율성만을 최고로 치는 현대 사회에서, 놀랍게 진행되는 기술 발전의 이면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느 사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드는 '인간성', '다양성' 같은 소중한 가치를 잃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콜리'는 눈이 아닌 '시각 칩'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인간들은 하늘을 그저 '파랗다'라는 하나의 단어로 규정해 버리지만, 콜리는 하늘을 '천 개의 서로 다른 푸른 빛깔'로 구분하여 인식합니다. 인간보다 로봇이 세상을 훨씬 섬세하고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지요. 콜리는 인간이 사용하는 '단어들'에 한계를 느끼고 그 느낌을, 그 다채로움을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스러운 로봇의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왜 점점 기계처럼 변해가는 걸까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경주마 투데이는 모두 세상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는 약한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 연대하고 위로하면서 추구하는 미래는, 저마다의 빛깔을 유지하고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다채롭고 따뜻한 희망의 세계', 즉 천 개의 파랑이 서로 어울려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푸른 하늘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 제목을 들을 때 마다 아련한 그리움과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잊혀진 존재들을 향하는 따뜻한 위로, 그리고 가능성

이 작품은 점점 효율만이 중시되는 세계에서 구석으로 밀려난, 약자들이 연대하여 의미를 만드는 작은 기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어느새 잊고 있었던 존재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속도 경쟁에 지친 사람들에게 각자의 보폭대로 천천히 나아가도 괜찮다는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위로하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현실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전진합니다. 너무 좋은 이야기만 써놨나 싶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지나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을 원하시거나, 지친 일상에서 위로를 받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권합니다. 작가님은 부드러운 문체로 다정하게 책을 이끌어 갑니다. 아마 누구라도 쉽게 끝까지 읽어내실 수 있을 겁니다. SF소설이라는 장르가 아직은 낯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어렵고 복잡한 과학지식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천 개의 파랑]은 과학을 모르는 분들에도 딱 맞는 SF소설의 좋은 입문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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