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의 명료함과 사고의 유연성.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과 냉철한 판단력까지. 제가 생각하는 현시대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은 유시민 작가입니다. 물론 정치적 호불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때는 정치인이었고 현재도 정치 관련 유튜브와 방송에 자주 출현하시면서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니까요. 그런 유시민 작가님이 조금은 과감하고 직설적인 제목의 책을 내셨습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그’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지요. 작가님의 책은 거의 읽어보는 편이긴 했지만 왜 이런 글을 쓰셨을까 하는 궁금증에 바로 서점으로 달려갔지요. 작가님의 이 책에 대한 집필의도를 머리말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그의 운명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괜찮을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윤석열의 시간도 지나간다. 그가 어떻게 되든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역사는 나쁜 때가 지나면 좋은 때가 온다고 말한다. 그 격려를 독자와 나누고 싶다. 희망은 힘이 세다.
2. 저는 윤석열 대통령은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같은 의견은 아니지요. 젊고 말이 잘 통하는 회사 후배가 술자리에서 ’ 이재명도 나쁜 놈이잖아요 ‘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깜짝 놀라 이야기를 끝낸 적도 있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이런 양비론을 경계합니다. 특히 권한이 막강한 대통령이라는 지도자에 관해서는 더더욱 이런 식의 양비론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말은 입에 담지 말자. ’누가 해도 똑같다‘는 말은 틀렸다. 어떤 사람이 권력을 쥐느냐에 따라 사회의 상태와 국민의 삶은 크게 달라진다.
3. 사실 요즘 정치판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검사들이 방송에서 거짓말로 브리핑을 하고, 지방의 한 정치중개인이 녹취와 캡처사진을 가지고 나라를 흔들고 있으니까요. 뉴라이트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격에 맞지 않는 기관장들이 낙하산으로 꼽히는 상황에 화가 치밀어 오르죠. 하지만 더 이해가 안 되는 건 이런 상황에도 20% 내외의 국민은 여전히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겁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작가님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셨습니다. ‘당원이 당의 주인이 아닌 정당’은 ’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아닌 국가’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니까요.
현재 시점 국힘당의 주권자는 당원이 아니라 윤석열이다. 총선 참패를 자초했는데도 국힘당 국회의원과 당원들은 변함없이 그에게 복종한다. 21대 국회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의결한 채해병 특검법을 윤석열은 또 거부했고, 국힘당 국회의원 대다수가 재의결에서 반대표를 던져 부결 폐기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는 당원은 거의 없다.
4. 물론 이 모든 책임을 대통령 한 명에 지우는 것은 불합리할 수 도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 벌어진 수많은 일들에 측근들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G’라고 불리는 대통령이 얼마나 관여되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모든 문제의 근원이 윤석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난 후 모든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고, 결국 책임자 이니까요. 대통령에 대한 작가님의 평가는 매우 살벌합니다.
그는 ’방구석 여포’다. ‘나를 따르라‘라고 외치며 앞장서는 게 아니라 참호에 숨어서 ’돌격 앞으로‘만 외친다. 논쟁을 벌일만한 철학이 없고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도 없으며 불리한 싸움에서 선봉을 맡는 배짱 또한 없다. 박수칠 준비를 하고 모인 사람들 앞에서 의미 없는 포효를 내지르며 어퍼컷을 휘두를 뿐이다.
5. 극단으로 치닫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 현실. 하지만 작가님은 새로운 방안을 살짝 보여주십니다. 사실 이 부분이 조금 논란이 되었죠. 윤석열에게 아주 유리한 방법이니까요. 그 방법은 미국에서 닉슨대통령에게 적용한 ’ 놀리 프로시콰이(nolle prosequi, 항구적 불기소 특별사면)‘라는 방법입니다. 물러난 대통령에게 영구적인 불기소처분, 불기소 특별 사면을 주는 방법이지요. 그가 집권 시 했던 행위에 대해 어떤 조사도 처벌도 받지 않고 그냥 물러나는, 솔직히 해주고 싶지 않은 방안입니다.
하지만 결국 전 작가님의 생각에 동의하기로 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최악은 그의 집권이 길어지는 것이니까요. 퇴로가 막혀 고양이의 코를 무는 쥐처럼, 퇴임 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그가 어떤 횡포를 저지를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니까요. 어쩌면 잘못된 지도자를 뽑은 우리가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의 범위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정치인 김대중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춘향이의 한은 이 도령을 만나서 푸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의 목적은 무능하고 부적합한 공무원을 파면하고 일 잘하고 믿을 만한 사람을 그 자리에 세우는 것이다. 누구를 감옥에 보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대통령이 이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시네요. 저로썬 예측하기 어렵지만 작가님의 말이니 믿어봐야지요. 답답한 한국의 정치판, 시원한 청량제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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