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느덧 제 나이도 오십이 가까워져 버렸습니다. 사실 '서른'은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마흔'은 좀 충격이 있었죠. 마흔이 된 어느 날 아침 거울을 보다가 '벌서 마흔이구나!!'하면서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은근히 '오십'이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서점을 돌아다니다보면 '오십'에 관한 책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해보고 괜찮으면 목차라도 살펴보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고른 책 중에서 가장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책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를 읽기로 선택했습니다.
1. 오십에 가까워지며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몸의 변화입니다. 이제는 몸을 막굴리면 안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듭니다. 쉽게 피곤해지고 회복이 더딘것이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가벼운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포기하는 반복 속에 건강계획을 짜는데 골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고 중년에 필요하다는 영양제를 부지런히 챙겨먹어도 별로 나아지는 기색은 없습니다. 막막한 안개속을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작가님은 책에서 그런 상황을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오십 이전까지는 몸으로 산다. 특히 10대와 20대의 몸은 펄펄 난다. 며칠 밤을 새워도 끄떡없고 어디 뼈가 부러져도 금방 아문다. 쉽게 지치지 않아 하나를 마치면 다른 일로 달려간다. 그러다 오십이 되면 확연히 달라진다. 감각이 먼저 고장 난다. 노안이 오고 입맛은 둔해지며 귀에서 쇳소리도 가끔 들린다. 움직임이 느려지고 밤을 새우면 회복하는 데 며칠이 걸린다.
2. 몸 뿐 아니라 마음가짐도 달라집니다. 쉽게 삐치기도하고 새로운 걸 시작하는게 두려워집니다. 그런 저에게 주변인들은 안 그러던 놈이 왜 그러냐는 식으로 질책하기도 하지만 정작 가장 놀라는 것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난 이제 안되나 보다' '그냥 가만히 있자'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쉽게 찾아옵니다.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기 보다는 그냥 아무일도 안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점점 강해집니다.
오십 이전에는 무슨 일이 생겨야 즐겁지만 오십 이후에는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아야 편안하다. 행복의 조건이 정반대가 된다.
3. 시간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몸은 자연의 법칙대로 늙어가는데 생각은 안따라 오는 거죠. 삶에서 오랜만에 느껴지는 급격한 변화를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님은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충고해 줍니다. 철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결국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책을 읽으며 여러 사례들을 접하면서 현명한 오십대의 마음가짐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오십이 넘어야 철이 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철이 든다는 말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봄이 오면 봄인 줄 알고 겨울이 오면 겨울인 줄 안다는 뜻이다. 즉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의미이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는 나이가 오십이다. 현실은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다
4. 작가님은 오십대 이후의 삶은 덤을 사는 것처럼. 스트레스 받지 말고 편안하고 즐겁게 살아가라고 충고합니다.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사람들과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친절함의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반복해서 이야기 합니다. 친절함이 중요하다는 것이 조금 생소했는데요.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면 나도 주변도 편안해 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친절함에는 우선순위가 있었는데요. 가장 친절해야하는 대상은 바로 나 자신 이라고 합니다.
나는 나에게 친절하다. 자기 친절은 남과 세상에 친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십이 넘어서는 나와 남과 세상에 친절할 때 행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제일 먼저 친절하고자 하는 대상은 내 몸이다.
5.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커집니다. 이제 나의 삶은 다른 쇄락해 가지만 아이들은 삶은 이제 시작이니까요. 더 나은 부모가 되고 싶고 아이들 더 도와주고 싶어집니다. 욕심부리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내 욕심도 아이에 대한 기대감도 계속 유지됩니다. 작가님은 그러한 저를 알고 계신다는 듯 마음에 와닿는 충고를 해주십니다.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부모가 자식에게 최고의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역시 자신처럼 그러기를 바라지 않으면 된다. 자녀는 자신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자식을 대하면 자식은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으니 부모에게 고마워한다.
6. 작가 이서원님은 오랜시간 상담일을 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쌓으셨고, 직접 여러 작은 모임들을 만들고 운영하며 사람들을 깊게 관찰하여 온 분인 것 같습니다. 본인의 경험적인 면과 스승님으로부터 배운 지혜들, 그리고 실제 사람들의 사례 등을 폭넓고 재미있게 소개하며 차분하고 재미있게 책이 전개 됩니다. 5가지 문장을 선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던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많은 결심을 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큰 걱정이었던 오십이 이제 약간은 기대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저도 다시 한 번 기운을 내서 재미있게 사는 행복한 오십대가 되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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