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밀리의 서재'에서 눈에 띄어 읽게 된 이 책은 사실 몇 년 전에 <조용히 이기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재출간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제목이 훨씬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책 제목이 끌려 읽기 시작했거든요. 사실 이 책은 초반만 읽으면 대충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뭔지 파악할 수 있는 단순한 책입니다. 저자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겸손'인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가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내용도 문체도 주제에 맞게 매우 '겸손'하기 때문에 편안히 읽을 수 있거든요.
겸손은 내가 경험한 모든 가치 중에 가장 세심하며 현명한 태도다.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공손함, 사소한 말과 행동에도 예의를 잃지 않는 정중함, 상황을 경솔하게 판단하지 않고 담담하고 점잖게 대할 줄 아는 신중함. 겸손은 이 모든 마음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2. 이 책은 '겸손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책이라고 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겸손을 예찬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농도와 내용을 달리하며 이어지던 내용은 '겉모습보다는 내면을 중시해야 한다'는 저자의 굳은 메시지와 자연스레 연결이 됩니다. 어떻게든 표현하고 의견을 내보이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 현재의 세태에 대한 피로감을 갖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꽤 힐링이 될 수도 있는 책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능력이라는 건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겸손은 중요하다. 겸손이야말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숨어 있음'을 말해주는 믿을 만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3. '자기 PR의 시대'.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 표현을 귀에 못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내가 한 것, 할 수 있는 것, 하려고 하는 것'을 누가 놓치지는 않고 있나 걱정하는 바쁜 삶을 살고 있지요. 그래서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때로는 과장하고 과시하고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것이 의미가 없으며 결과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백 번 맞는 이야기지요. 절대 공감합니다.
강해 보이려고, 능력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똑똑해 보일고 당신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과장된 포장은 결국 벗겨지기 마련이다.
4. '겸손한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나약하고 적극성이 떨어지는 것 같은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겸손한 사람이야말로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용기가 있기 때문에 자신을 의심하고, 남의 견해를 존중한다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진지하게 생각해 봐도 내 생각이 맞을 자신이 있다면, 고집을 부리며 남을 배척할 필요가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난 겸손한 사람인지를 고민했고,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겸손이란, 나 자신을 의심할 수도 있는 용기이기도 하다. 나의 견해를 뒤집지 못하는 진실이라고 여기지 않고, 다른 사람의 충고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시하지 않고 경청할 수 있는 태도다.
5.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는 겸손해질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겸손함이 절대 손해 보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계속적으로 강하게 주장하지요.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 나중에 혹시 일이 잘 안 되더라도 어느 정도는 인정을 받을 수 있고, 행여 일이 잘되면 더 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겸손이란 남는 장사인 것도 같습니다. 겸손하게 사는 태도를 계속 익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겸손을 행하면, 과소평가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당신은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당신이 계획하는 바에 집중할 수 있다. 일이 잘 안 된다 해도 그리 나쁠 게 없고, 일이 잘되어 성공하면 기대 이상으로 좋다. 반전에는 언제나 묘미가 있다.
이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바뀌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확실히 주는 메시지는 있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를 위해 필요한 것은 '겸손한 태도'라는 것이지요.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읽는 시간이 아깝지는 않은 책입니다. 가볍게 읽을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 읽고 나면 마음이 꽤 차분해졌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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