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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줄리뷰

[다섯줄리뷰]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by 궁금증환자 2024.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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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김민식작가님의 출세작이라고 할만한 책입니다. 작가님은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의료기기 세일즈를 하다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리고는 무너진 자존감을 새우기 위해 본인이 재밌어했던 영어공부를 시작했고, 이후 외대 통번역대학원에 들어간 후 MBC에 PD로까지 입사를 하게 됩니다. 참 희한한 경력의 소유자이지요. 외대 통번역대학교는 국내 최고의 외국어 교육기관인데요.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만 졸업하는 건 더 어렵다는 무시무시한 곳입니다. (제 주변에 외대 통번역대학원 출신이 몇 명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님은 외국에서 살다 온 것도 아니고 영어 조기교육을 들은 것도 아니었어요. 거의 혼자 독학하다시피 영어를 공부하셨더라고요.  특히 맘에 들었던 부분은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생각이 저와 완벽히 일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느끼는 제 불안감을 알고 있었다는 듯 작가님은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탄탄한 제1언어가 있어야 제2언어도 배울 수 있는 겁니다. 어려서 배우는 영어는 빠르고 쉽게 느는 것 같지요. 위험천만한 선택입니다. 모국어의 희생 위에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진짜 외국어 공부는 어른이 된 후에 하는게 맞아요.



2. 하지만 책 제목만 들으면 조금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책 한 권 외워봤냐니요. 마치 예전 7~80년대에 영어 공부를 하며 매일 사전 한 장씩 씹어먹었다는 그 공부법을 이야기할 것 같은 분위기지요. 하지만 책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작가님이 말하는 영어공부법의 핵심은 매일 꾸준히 기초영어교재를 외우라는 겁니다. 그것도 하루에 10 문장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게 책 한 권을 외울 수 있을 정도까지 꾸준해야 한다는 거지요. 정말 그걸로 될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이 책에서는 그 이유에 대한 설명과 실질적 방법론이 차분하게 전개됩니다.

기초 회화에서는 이렇게 to 부정사가 전치사 같은 간단한 단어도 빼먹으면 안됩니다. 기초 회화, 교재 한권 100퍼센트 암기로 완벽하게 정복합시다!
암송 공부를 할 땐, 책을 보지 말고 눈을 감고 문장을 외우세요. 그게 진짜 공부입니다.


 
3.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리뷰를 보면 '영어공부하러 읽었다가 인생공부를 했다'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이 책에는 단순히 영어공부를 하는 방법만 소개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김민식 작가님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녹여내는 글을 잘 쓰시는 분이거든요. 작가님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인생을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나름 많은 어려움을 겪으신 분이셨는데도 위트와 겸손을 잃지 않은 모습도 참 좋았습니다. 영어공부에 있어서도 작가님은 늘 놀듯이 쉽게 공부했다고 하시면서 그 방법을 간단하게 말씀하시는데요. 사실 저는 꾸준히 실천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전 작가님 스타일의 영어공부가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퇴근길에 매일 문장 10개씩 추가하며 중얼중얼외우고 주말 저녁 한가할 때 마음잡고 앉아 그동안 외운 영어 문장 70개를 되짚어보는 겁니다. 이렇게 매일 10개씩 외우면 한 달에 300개의 문장을 외우게 됩니다.


 
4. 작가님은 하루하루 꾸준한 노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외국어는 공부시간에 비례해서 실력이 늘지 않고 계단식으로 실력이 늘어난다고 하더군요. 분명 어제까지는 안 들리고 입에서 안 나오던 말이 어느 순간 갑자기 들린다고요.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사람마다 다르니 그때까지 늘지 않는 실력을 붙들고 계속 공부를 해나가야 하는 거지요. 그래서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더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작가님은 실제로 이런 매일의 작은 노력을 모아 큰 성과를 이루어낸 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일의 작은 노력이 얼마큼의 차이를 나타나게 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문장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데 저에게도 인상 깊었습니다. 매일 1%의 노력을 계속하는 경우와, 1%씩 까먹는 경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하는 내용입니다.

1.01의 365승은 37.8, 0.99의 365승은 0.026


 
5. 작가님의 책을 읽고 나서 저도 매일 조금씩 영어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제 목표는 나중에 아이들과 외국여행을 갈 때 불편함이 없이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방법이 가장 좋더라고요. 부담도 덜 되고요. 작가님은 나이 들어서 다시 하는 영어공부의 장점을 ‘큰돈이 들지 않는다’, ‘취업/이직에 도움이 된다’, ‘평생 가는 취미를 만들 수 있다’라고 꼽으셨는데 매우 격하게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놀듯이 영어공부를 하고자 하는 분들, 인생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하신 분들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

어른의 삶은 어린 시절의 자신을 위한 선물입니다. 도서관 어린이 자료실에 가서 어려서 읽지 못한 책을 다시 읽습니다. 이제는 영어 원서로 읽을 수 있다는 게 어른이 된 기쁨이지요. 아이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동네 도서관에 갑니다. 어린이 자료실에서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아빠, 이게 내가 꿈꾸던 어른의 모습이니까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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