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디에선가 <안녕, 헤이즐>이라는 영화의 요약본을 꽤 인상적을 봤었습니다. 예쁘장한 소녀가 양쪽 코에 튜브를 삽입한 모습으로 커다란 산소통을 끌고 다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지요. 요약본만 봤는데도 영화는 물론 원작소설까지 읽고 싶어 졌었고, 왠지 센치해진 어느 날 그만 책장에 담아두었던 소설을 먼저 후다닥 읽어버렸습니다. 영화는 여전히 못 본 상태인데 말이지요.
#2
미국에서 하이틴 소설로 꽤 흥행했다는 이 작품은 폐암에 걸린 소녀와 골육종(뼈에 발생하는 암)을 갖고 있는 소년의 러브스토리입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중병이라 설정이 너무 무겁지 않나 싶지만, 이들은 활기차고 위트가 넘쳐흐르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입니다. 헤이즐 그레이스가 바로 이 소녀의 이름인데요 소년(어거스터스)이 소녀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부르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영화가 원작 소설의 제목이 아닌 <안녕, 헤이즐>로 타이틀을 정한 게 아닌가 싶네요.
#3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가가 독자들로 하여금 이들을 불쌍하게 바라보게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들이 암을 오롯이 겪어내면서도 자신들의 일상을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마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 여주인공이 끔찍한 질환에 걸려있지만 씩씩하게 살아갔던 것처럼,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도 그들의 삶을 아무렇지 않게 살아내면서 서로 뜨겁게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소설 같은 결말이라 부르는 '비현실적인' 질병의 치유가 아닌 '정상적인' 끝을 향해 점점 나아가지요.
#4
소녀가 소년을 만나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소년은 결국 죽고 소녀는 남아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을 품은 채 살아간다. 어찌 보면 황순원의 <소나기>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년시절의 이 애틋한 감정은 전 세계 모두에게 강한 연민을 느끼게 하는 비밀버튼인 것 같기도 하네요. 이 소설의 작가는 가볍고 심각하지 않은 문체로 소설을 이끌어 나갑니다. 정말 심각한 상황에서도 10대들의 언어로 가벼운 농담처럼 받아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진실되게 느껴지고 절절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이 작가는 현실을 살짝 비꼬는 위트 있는 글을 쓰는 데에 있어서는 가히 천재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5
짧게 살았지만 강인했고 아름다웠던 소년,. 소녀는 그런 소년을 평생 기억하며 기약 없는 삶을 살아가겠지요. 저는 소설을 통해 가끔 큰 용기를 얻기도 하는데 이 소설 또한 어느 정도의 긴 여운을 남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크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먼저 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원작 소설이 좋으면 영화에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영화를 볼지 말지는 좀 나중에 생각해 봐야겠네요. 소설을 좋아하는데 조금은 색다른 로맨스 소설이 읽고 싶으시다면 이 책, 정말 강추합니다.
하지만, 내 사랑 거스, 우리의 작은 무한대에 대해 내가 얼마나 고맙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지 말도 다할 수가 없어. 난 이걸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거야. 넌 나에게 한정된 나날 속에서 영원을 줬고, 난 거기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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