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혜남 작가님은 국내 심리학 분야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이십니다. 언젠가 힘들 때 와이프가 한 번 읽어보라고 건네준 <만약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읽고 단번에 팬이 되어버렸지요. 정신분석 학자이자 작가로서 쌓아오신 커리어도 훌륭하시지만, 파킨슨병을 이겨내면서도 훌륭한 어머니와 좋은 작가로 살아오신 인간 승리 그 자체 이기 때문이지요.
#2
작가님은 집안의 자랑이었던 언니를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던, 나중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던 멋있는 언니였죠. 그렇게 사랑하던 언니를 한 순간에 잃어버린 그 충격과 그로 인해 본인이 받았던 영향들. 또한 인생의 전성기에 느닷없이 찾아온 파킨슨이라는 무서운 질병에 대한 이야기도 마치 남일 이야기하듯 담담히 풀어냅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래왔듯 우리 모두 어려운 상황이 와도 결국 잘 풀어갈 수 있다며 격려하고 용기를 주시죠.
#3
물론 다른 심리학 책들처럼 본인이 담당했던 환자들의 경우들을 예로 들고, 여기에 심리학적인 이론들을 더해 그 해법을 모색하는 내용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유사한 심리학 책들보다 유독 김혜남 작가님의 책에서 더 큰 위로를 받곤 합니다. 아마도 제거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느꼈던 감동과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한 전문가의 입장으로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의 기록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직접 수용소 생활을 했던 '유대인 수용자' 프랭클 박사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책인데요. 김혜남 작가님도 '정신과 의사' 김혜남의 입장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아픈 인간' 김혜남으로써 본인의 경험을 적절히 섞으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매우 진실성 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4
앞으로 작가님은 다정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 소망이라고 합니다. 저는 분명히 건강하고, 다정하며, 사랑스러운 할머님이 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별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시지만, 그저 몇 발자국 앞에 있는 화장실에 가는 것도 온몸의 땀을 흠뻑 흘릴 만큼의 노력을 해야 한다면 보통사람이 견뎌낼 수 있을까요. 그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작가님처럼 '이렇게 누워서 절망만 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라며 이 악물고 일어설 수 있을까요. 작가님의 강인한 마음이 존경스럽고, 부디 계속해서 좋은 활동을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5
앞으로도 김혜남 작가님의 책은 계속 찾아볼 생각입니다. 이미 발표하신 다른 책들도 있고 앞으로도 몇 권의 책을 더 내실테니까요. 아마 어떤 책을 읽어도 저는 따뜻한 마음의 위로를 받고, 그 위로의 힘으로 적어도 며칠간은 용감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위로가 필요하신 분, 인생이 좀 재미없게 느껴져 삶의 방향을 찾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김혜남 선생님의 책을 만나보기시를 추천드립니다.
세상엔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 공부할 게 많다는 것도 기쁘다. 기왕 오늘 나는 눈을 떴고 일어났으니 재미있게 살면서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그것이 내가 오늘을 보내는 방식이고 나이 듦에 대처하는 자세이다
-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 김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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