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을 보면 땅 속 깊은 곳에 있는 기지를 가기 위해 끝도 없이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저는 볼 때마다 무척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장면이었는데요. 부산에는 진짜로 산 정상까지 갈 수 있는 긴 에스컬레이터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휴식처인 <용두산공원>입니다.
용두산공원은 부산시민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공원입니다. 부산역과 가까운 중앙역과 남포역 근처라 걸어서 가기도 쉽고, 큰 공영주차장이 있어 차로도 오기 좋습니다.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 특히 야경이 아주 수려하며, 부산타워와 면세점도 있지요. 다양한 문화행사도 자주 열리는 곳인 데다 주변에는 국제시장, 깡통시장, BIFF거리, 롯데백화점, 영도다리, 40 계단 등 셀 수 없이 많은 관광스폿들이 널려있기도 합니다.
용두산 공원은 다양한 진입로가 있는데요. 오늘은 날이 좀 더운 데다 점심시간에 살짝 산책만 할 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빠르게 가보겠습니다. 총 4단계로 되어있는 용두산 에스컬레이터는 남포동 패션거리 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남포역 1,3번 출구로 나와 문화의 거리 쪽으로 가면 되는데요. 지도 앱에 '용두산공원 입구'라고 검색하면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용두산공원은 만약 산책로로 간다면 한 30분 정도 완만한 비탈길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정상까지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니 더운 날에도 손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는 남포동 문화의 거리에서 밥 먹고 쇼핑한 다음, '공원이나 갔다올까?'라는 가벼운 산책이 가능하단 이야기죠. 그리고 4단계의 에스컬레이터는 각 단계별로 미묘한 차이도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용두산공원에 오르면 푸른 나무들과 잘 꾸며진 정원, 큰 광장이 있습니다. 저녁에는 아이들 뛰어놀기 좋은 광장이 낮에는 관광버스 주차장이 되어 있네요. 아마 부산타워와 면세점 때문에 단체관광객이 몰리는 것 같습니다. 부산타워에는 전망대가 있는데요 한번쯤 가보기 좋습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부산 남부의 모습이 꽤 볼만했던 것 같습니다. (전망대에 가면 특정시간에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데요. 허접한 CG라 안보셔도 됩니다) 일단 타워까지 올라가 봅니다. 우측 경사로로 가도 되고 정면에 보이는 면세점 계단을 이용해도 좋습니다.
저는 용두산 공원을 4~5번 정도 온 것 같습니다. 주로 주말에 남포동에 먹으러 오거나 손님들 모시고 주변 관광을 하다가 잠깐씩 들렀는데요. 그 중에서 거의 절반 정도는 문화공연을 봤던 것 같습니다. 광장 안에 위치한 커다란 범종 앞에 무대를 설치하고 행사를 하는데요. 물론 공짜로 구경할 수 있습니다. 공원에는 평일인데도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 한가로이 쉬고 계신 어르신들, 소풍 나온 학생들, 사진 찍기에 바쁜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득합니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공원 하나가 이렇게 소중한 삶의 인프라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공원에서 내려갈 때는 중앙역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산책로를 선택했습니다. 내리막길이니까요. 커다란 나무들로 둘러싸인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고양이들도 많이 만날 수 있는데요. 예전에 보니 큰 캐리어에 사료와 물을 가져와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덕분에 냥이들도 살기 좋은 용두산인 것 같습니다. 산책로 여기저기에는 용두산공원과 관련된 오래된 사진들, 안내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왜관시절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겪고 지금까지 용두산공원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던 시절. 점심을 먹고 배가 더부룩하면 동료들과 커피 한 잔 뽑아 들고 여의도공원을 가끔 걸었습니다. 그때는 직장 근처에 이런 공원이 있어 너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용두산공원에 와보니 볼 것도 없는 여의도공원, 그 땡볕을 그렇게 걸었구나 싶습니다. 부산에는 이렇게 좋은 공원들이 꽤 많습니다. 앞으로 차차 소개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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