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포동에는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파는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이 있습니다. 물론 핸드드립 커피가게야 전국 어디에나 많지요. 하지만 이 가게는 뭔가 특별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생각나고 일부러 찾아가게 하는 곳입니다. 가게이름부터 건물 외관, 각 층의 인테리어까지 매우 흥미로운 곳. 제가 찾아낸 보석 같은 장소 <커피네루다>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커피네루다
⊙ 영업시간 : 11:00 ~ 22:00
⊙ 대표메뉴 : 하이앤드 드립 / 시그니처블랜드
⊙ 주소 : 부산 중구 구덕로 18-1
⊙ 전화번호 : 0507-1417-1477
⊙ 주차 : 불가 (지하철 남포역 1번 출구 바로 앞)
<커피네루다>는 부산 남포역 1번출구 바로 앞에 있습니다. 네루다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국민적인 시인인데요. 저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책을 읽고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요. 책을 다 읽고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남포동 길을 걷는데 네루다의 이름을 딴 간판이 보이지 않겠어요? 저는 무언가 운명적인 느낌을 받고 무작정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칠레의 커피가 유명한 건지 아니면 네루다와 커피가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풍스러운 가게 외관과 편안해 보이는 네루다의 얼굴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지요.
1층에 들어가면 바로 주문을 받는 직원분이 계십니다. 공간이 좁아 보이는데 1층만 그렇고요 2층부터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 여기는 계단이 높게 되어있어 유모차를 가지고 오시거나 계단이 위험한 어린아이, 어르신들에게는 좀 힘들 수 있습니다. 가파르고 돌아가는 계단이 앤티크 한 느낌을 줘서 전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좀 불편은 하지요.
메뉴판은 조금 주눅이 들정도로 낯선 용어들이 많은데요. 저는 그냥 제 취향을 말씀드립니다. '산미가 많은 커피는 별로인데 적당한 거 없을까요?' 하고요. 매번 추천받은 메뉴가 조금씩 달랐던 것 같은데, 대부분 만족스러운 맛이었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과테말라’를 추천해 주셔서 그냥 믿고 정해버렸습니다. 저는 잘 모를 때는 전문가의 추천을 믿는 편이거든요.
진동벨을 받고 한층씩 올라가며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 자리를 잡습니다. 각 층마다 미묘하게 인테리어가 달라서 자리를 고르는 재미도 있습니다. 2층은 커다란 통유리가 있어 바깥 경치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고요. 3층은 다른 층에 비해 조금 넓은 느낌이 들어 일행과 앉아 담소를 나누기에 좋습니다. 4층도 있는데 거기는 아직 안 가봤습니다. 커피를 들고 오가기에 조금 힘들어 보였거든요.
저는 오늘 2층 통유리 앞에 앉았습니다. 살짝 흐린 날씨에 비가 흩뿌리고 있었는데, 이런 날씨에 유리창에 비가 그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잠시 후 진동벨이 울리고 주문한 커피를 받아왔습니다. 오늘의 커피는 '과테말라'. 커피의 성분표 같은 게 쓰여있는 안내종이와 함께 커피를 음미해 봅니다. 고소한 냄새와 은은한 맛이 지친 몸을 회복시켜 주네요. 일상에서 잠깐씩 맛보는 이런 여유가 참 좋습니다.
업무를 중간 정리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책을 좀 읽었습니다. 이 날은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다른 손님들이 없었습니다. 원래는 손님도 많고 아무래도 공간이 좁아서 말소리가 조금 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이어폰 노이즈캔슬링 모드에서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는데요. 이 날은 그냥 쌩귀로 혼자 가게를 전세내고 앉아 있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팝송들이 조용히 흐르는 카페에서 있으니 왜 이리 시간이 잘 가는지요. 여유만 더 있다면 몇 시간이고 있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커피네루다>는 남포동 초입에 있어 주변 관광의 시작점이나 마무리 장소로 활용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광복동 롯데백화점도 바로 앞이고 비프거리, 패션거리도 바로 근처거든요. 그래서 평소에는 서너 명이 함께 오셔서 들뜬 목소리로 대화를 하는 일행들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다들 어떻게 잘 찾아오시는지 신기하기도 합니다.
저는 다음에 남포동에 오면 아마 또 <카페 네루다>에 올 겁니다. 혹시 가게 오셨는데 혼자 테이블에 앉아 멍 때리고 있는, 안경 쓴 중년남자를 보신다면 저일 수도 있으니 가볍게 미소한 번 부탁드립니다. ^^
'부산경남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산 서면] 영광도서 / 부산 서면의 유서 깊은 대형 서점 (3) | 2024.07.31 |
---|---|
[울산 남구] 함양집 / 시원하고 감칠맛나는 맛좋은 한우물회 (1) | 2024.07.18 |
[부산 동구] 본전 돼지국밥 / 내가 아는 부산 1등 돼지국밥 (0) | 2024.06.11 |
[부산 해운대] 2024 해운대 모래축제 - 엄청난 인파에도 즐거운, 대형 축제 (2) | 2024.05.26 |
[경남 통영] 통영밥집가온 - 현지 느낌 물씬 나는 깔끔한 한식집 (2) | 2024.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