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두 명의 아이를 기르는 아버지임에도 부끄럽게 이 유명한 육아서를 누군가의 추천으로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아마존에서 무려 50주를 베스트셀러로 있었다는 홍보문구가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부부 모임에서 와이프가 “우리 남편이 요새 육아책을 읽어요”라고 하자 상대방이 무슨 책이냐 묻더군요. “프랑스 아이처럼 이요. “라고 말하자 ”아, 그 보라색책 말하는 거죠? “라고 바로 물으시더라고요. 맞습니다. 바로 그 보라색책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1. 이 책은 결혼하고 프랑스에 살게 된 한 미국인 작가가 프랑스 육아법을 체험하면서 느낀 점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책을 읽을 수록 미국과 우리나라의 부모들이 무척 비슷하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매우 과민하게 반응하고 가능한 모든 주의를 아이를 위해 쏟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있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죄책감에 빠져들기까지 하는 모습이 똑같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을 대하는 기본태도가 조금은 다르더라고요. 부연설명을 위한 여러 에피소드가 나오지만 핵심은 '적당한 거리감을 두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음을 믿어주는 것'. 그래서 프랑스 아이들은 생후 2~4개월부터는 통잠을 자고, 부모들의 통제가 먹혀들어는 꿈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하는 조언은 아이가 태어난 직후 밤마다 칭얼대는 아기에게 곧장 달려가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기 스스로 마음을 달랠 기회를 갖도록, 반사적인 반응을 하지 말라는 것이죠. 출생 직후부터요
2. 작가는 결국 프랑스식 육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아이 셋을 현명하게 키워낸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아이들과 함께 식당에 앉아 조용히 각자의 요리를 즐기며 오붓하게 식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린 쌍둥이를 포함한 3명의 아이와 함께 말이지요. 아이들은 아무것도 바닥에 흘리지 않았고, 부모들은 아이를 달래기 위해 영상을 보여주거나 책을 읽어주지도 않았으며, 식사 후 부부는 느긋하게 커피까지 마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작가에 따르면 대부분의 프랑스에서는 이런 일이 당연하다고 합니다. 왜 오직 프랑스에서만 이게 가능할까요. 거창하게도 프랑스식 육아의 시작은 철학자 루소에서부터 시작하는데 현대적인 프랑스식 육아의 뿌리는 그의 사상으로부터 나온다고 합니다. 루소가 말하는 육아의 기본 방식이 저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루소는 양육의 가장 큰 함정은 아이가 빈번하게 주장을 한다고 해서 그것에 어른의 주장과 동일한 무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악의 교육은 아이가 자신의 의지와 부모의 의지 사이에서 부유하면서 둘 중 누가 지배권을 가질까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3. 한두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특별한 일이 아닌 대부분의 가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육아의 기본철학과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육아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프랑스 부모들은 정해진 시간에만 간식을 준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간식시간이 아니면 간식을 먹을 생각을 안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이들은 정해진 식사시간을 지키고, 공원에서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헬리콥터 부모들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프랑스식 육아는 정말 불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오늘날 파리에서 만나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결정은 부모가 한다는 것 사이에 효과적인 균형을 찾아낸 듯 보인다. 프랑스 부모들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점심으로 초콜릿 빵을 먹겠다고 하면 허락하지 않는다.
4. 두 아이를 기르는 저도 큰 고민을 갖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식사도 큰 스트레스지요. 첫째는 장난감이나 책이 없으면 식사를 거부하고, 둘째는 자기가 숟가락질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며 음식을 사방에 흘립니다. 이것 말고도 물론 다른 문제들도 많지만 식사시간이 전혀 즐겁지 않은 것은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운 부분이 잠과 식사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부모들의 식사교육은 거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을 믿고 끝까지 자신들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읽은 프랑스 양육서는 일관되게 ’ 식사시간은 차분하고도 즐거워야 하며 아이가 단 한 입도 먹지 않더라고 식사 내내 자리를 지키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 강요하지는 마라, 그러나 포기하지도 마라. 서서히 음식에 익숙해져 갈 것이고 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마침내 그 음식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5. 말이 빨라 온 가족의 사랑을 받았던 저희 첫째는 말이 매우 장황합니다. 말을 하는 행위를 통해서 자기 존재를 인정받으려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지요. 것이라 말을 못하게 막아도 잠시 참았다가 결국 그 말을 하고 맙니다. 그런데 친구들과 노는걸 지켜보니 친구들에게도 똑같이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렇게 말하는 것은 약간은 친구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을 텐데라고 고민이 자주 들곤 합니다. 그런데 이 고민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책에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뭔가 할 말이 있을 때 잘 들어준다. 하지만 아이라고 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뺏거나 상대방을 계속 붙들어놓을 순 없다. 말이 장황해지면 가족이 말을 끊는다. 그래서 아이는 말하기 전에 자기 생각을 잘 가다듬는 습관을 들인다. 아이들은 빨리, 그리고 흥미롭게 말하는 법을 배운다
6. 현실의 육아는 여전히 힘들고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드라마틱하게 현실이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저도 조금은 변했지요. 아이에게 조금 더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아이들을 하나의 자립적인 인격체로 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안돼!'라고 부모의 권위를 갖춰 말을 해보기도 하고 노는 아이에게는 관심을 끄고 책을 읽으며 제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식사시간에 가져오던 수많은 책과 장난감의 수를 제한해보기도 하고, 식사를 짧고 즐겁게 해보려 하고 있지요. 물론 대부분은 아직 큰 효과는 없지만 그래도 제 마음이라도 편안해진 것 같아 저는 좋습니다. 육아에 찌들고 지친 많은 부모님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었습니다.
- 주관적 평점 : 8.5 (10점 만점)
- 독서 난이도 : 중
- 추천하는 대상 : 육아에 찌들어 돌파구가 필요한 부모,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
- 비추천 대상 : 자녀가 이미 커버린 부모(6세 이상은 효력 없을 듯)
- 저자
- 파멜라 드러커맨
- 출판
- 북하이브
- 출판일
- 201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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